사람을 만나기보다 스마트폰 액정 안의 세계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던 작가는, 어느 순간 이러한 모습이 종일 정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던 외할머니의 모습과 겹쳐짐을 느꼈다. 정자 안에서 밖으로 향하는 프레임의 영상 <Dang Song>에는 작가가 위로를 얻었던 스마트폰 속 여러 이미지와 ‘움짤’이 지나간다. 동시에 ‘당’이라는 한 글자가 반복되는 동요 느낌의 곡과 노래방 화면이 겹쳐진다.
임유정, <Dang Song>, 2017. single channel video, 01’30”.
“난 슬플 때 힙합을 춰.” 천계영의 만화 <언플러그드 보이>의 주인공 현겸이의 대사다. 당신은 슬플 때, 우울할 때, 또는 당이 떨어질 때 무엇을 하는가? <glucose>는 glucose(포도당)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방문하여 게시물을 살펴보는 누군가의 상황을 영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 계정의 피드에는 당이 떨어졌을 때 당 충전을 하기 위한 여러 행동이 업로드되어 있다.
임유정, <glucose>, 2017. single channel video, 02’20”.
<헌신하다 헌신짝된다>는 제목과 같이 몸과 마음을 바쳤으나 배신당하는 레퍼런스를 대중문화에서 찾아 보여주고, 이를 영상에 사용하기 위해 저작권자에게 메일을 보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작업과 예술에 헌신하면서도 언젠가 헌신짝과 같이 버려질 것을 두려워하는 양가적 상태를 나타낸다.
임유정, <헌신하다 헌신짝된다>, 2015. single channel video, 13’13”.
임유정 | Yujung Lim
영상 매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임유정은 예술인으로서 마주했던 다양한 상황을 블랙 코미디적 요소와 결합한다. 현실의 상황에 대항하고자 농담과 비꼼의 방식을 취하고, 이를 퍼포먼스, 그래픽 효과, 인터넷 이미지 등을 이용한 비디오와 설치로 구현한다.
website: http://limyuj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