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물리적으로 완벽히 전시되어야 하는가? 전시는 무엇을 기반으로 했을 때 실재하게 되는가? ‘전시장’이라고 명명된 공간에 특정 작품을 설치하고, 이를 일정 기간 공개한다는 기존의 전시 문법을 타파하고자 기획된 본 프로젝트<NOWHEREVER>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NOWHERE), 어디에나 존재하는(WHEREVER) 전시 형태의 실험을 진행한다.
먼저 본 프로젝트에서는 전시장을 전시의 ‘장(場)’이 아닌 전시로의 ‘통로’로 바라본다. 스크린의 노이즈를 형상화한 폴리카보네이트 판에 재생되는 영상은 작품의 존재 여부를 증명하는 듯하지만, 온전한 형태와 내용은 은폐한다. 이러한 '감상 불가능성'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0과 1의 세계를 시각화시킨 공간에서 QR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매개로 하여 실제 전시가 이루어지는 웹사이트로 이동하도록 한다. 이때 피동적인 매개체로 존재하던 QR코드는 관람객의 행동을 거쳐 활성화되며, 전시를 위한 공간과 시간의 필연적 점유를 거부하는 디지털 환경의 상징체로 거듭난다.
이로써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전시에 ‘접속’한 관객들은 전시장 내 어디에서도 완벽히 드러나지 않던 작품들 - 모듈러신스 기반의 전자음악 아카이브(노디), gif 형식으로 재탄생한 디지털 민화(안정빈), 실물이 아닌 데이터로서 존재하는 사진(이성환), 그래픽 효과와 인터넷 이미지가 혼재된 비디오(임유정) 등이 어디에서나 감상 가능한 형태로 전환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 아트 콜렉티브 ‘그린앤블루’는 지난 4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전시공간 d/p의 전시 <Streaming Exhibition>에 ‘사용자’로 참여하며 공간과 시간을 점유해야 하는 전시의 태생적인 특성에 대해 고찰하였다. ‘전시장’이라는 플랫폼 자체에 대한 의구심은 본 프로젝트<NOWHEREVER>의 구상으로 이어졌다.